초록
노동이동성(labor turnover)은 정책적이나 학문적인 측면 모두에서 분석의 필요성이 큰 주제이다. 노동이동을 통한 인적자원의 재배분은 산업구조의 변화나 거시경제의 충격 등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가능케 하는 반면 고용안정성의 하락으로 귀결될 경우 소득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가계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어렵게 만들며, 숙련의 축적을 저해하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이동성의 추세를 분석하고 변화의 원인을 밝힘으로써 향후의 노동이동성 변화 방향을 전망하고 정책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노동이동성의 중요성은 그뿐만이 아니다. 미래에 기술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 노동이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인해 과거보다 숙련이 더 빨리 퇴화되거나 기업의 생멸이 더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발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슘페터적인 창조적 파괴(Schumpeterian creative destruction)의 과정에서 초래될 이직이나 실업은 노동이동의 원활성 여부에 따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먼저 한국 노동이동성의 장기적인 변화 추이와 그 원인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노동이동은 거시적 측면에서 볼 때는 인구구조 및 산업구조의 장기적 변화 등에 의해 초래되며, 미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개별 노동자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의해 초래된다. 노동자의 경우 인적자본 이론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동이나 교육, 출산 및 육아와 같은 생애주기적 사유 등에 의해 노동이동이 발생하며, 기업의 경우 경영전략 및 경기변동상의 사유에 따른 채용 및 해고, 그리고 창업 및 폐업 등을 통해 노동이동을 발생시킨다. 본고는 1970년대 이후의 산업별 입직률, 이직률 등의 자료를 활용하여 노동이동성의 추세 및 변동성의 장기적 변화를 고찰하고 각각의 변화원인이 노동이동성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아울러 본고에서는 노동생산성 및 총요소생산성의 분기 시계열 자료 작성을 통해 기술충격이나 노동이동성에 대한 충격이 발생했을 때 고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본다. 거시경제학 분야의 중요한 논쟁 가운데 하나인 생산성 충격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전형적 사실(stylized fact)의 발견 혹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생산성, 고용, 노동이동성 등 관련 변수들의 비정상성 및 내생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회귀분석을 통해 인과관계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본고에서는 노동이동성을 포함한 주요 변수들의 장단기 관계에 대한 제약을 이용하여 모형을 식별하는 구조적 벡터오차수정모형을 활용함으로써 그러한 연구의 진전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한편 노동의 생산요소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노동이동성의 제고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문제를 전체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노동은 생산의 관점에서는 투입요소이지만, 노동자의 관점에서는 삶의 일부로서 그 자체가 효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자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노동력은 출산 및 양육을 통해 재생산되는 특성을 가지며, 일반적인 중간재, 혹은 투자재 등의 투입요소와는 차별된다. 고용불안정성의 증가는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됨으로써 노동력의 재생산을 어렵게 하여 사회의 존립 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물론 노동이동성과 고용불안정성이 항상 서로 결부되는 것은 아니나, 고용안전망이 부실하고 비자발적 이직이 빈번한 현실에서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양자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후생 극대화에 필수적이므로 노동이동성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성을 아울러 제고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본고의 마지막 장에서는 각 집단별로 근속 및 이직사유별 이직률을 분석해 본 후 고용안정성을 제고하면서 노동이동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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