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2016년 4월, 특이한 이름의 그래프 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세계적인 불평등 연구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 교수가 만든 ‘엘리펀트 커브(elephant curve)’, 쉽게 말해 ‘코끼리 곡선’이다. 마치 코끼리가 코를 높이 들어올리는 모양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세계화가 가장 활발히 진행됐던 1988년부터 2011년까지, 전 세계 사람들을 소득 수준에 따라 1~100개의 분위(가로, x축)로 줄 세웠을 때의 실질소득 증가율(세로, y축)이 얼마인지 나타낸다. 곡선의 높고 낮음에 따라 누가 얼마나(상대적으로) 소득이 늘고 줄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세계화의 성적표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그래프에서 출발하여 약 20년간 이어진 (그리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세계화의 수혜자(빛의 영역)와 비수혜자(그림자의 영역)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지 ‘쿠즈네츠 파동’을 이용해 역추적한 것이 이 책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Global Inequality)』이다.

이 책은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불평등이 전쟁, 질병, 기술변화, 교육기회 확대, 재분배 등의 요인에 의해 순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밀라노비치에 따르면 150년 전 불평등을 유발한 요인이 산업혁명이던 것처럼, 최근 서구의 불평등이 급증한 원인도 기술혁명이다. 그러나 국가 내 불평등이 급증하는 동안에도 중국과 인도의 글로벌 신흥 중산층 소득이, 수십 년째 정체 상태에 있는 선진국 중산층의 소득 수준에 가까워짐에 따라 국가 간 불평등은 급감했다. 좀 더 개방적인 이주 정책이 도입된다면 글로벌 불평등이 한층 더 감소하리라는 것이 밀라노비치의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불평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데다 자기증식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금권정치와 포퓰리즘의 부상이나 전쟁 등으로 뒤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평등이 현재 어느 수준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어떤 정책으로 불평등 심화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모색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밀라노비치의 설득력 있는 해석은 이상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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