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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통상임금’의 출구전략 [2013-09-13]
저자 김회평
출처 문화일보
발행일 2013.09.04
URL ‘통상임금’의 출구전략
내용

대구 시외버스 회사 금아리무진과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은 하루아침에 ‘반짝 스타’가 됐다.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통상임금 문제의 최전방에 내몰린 탓이다. 앞 회사는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첫 판례의 당사자이고, 뒤 업체는 5일 열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의 주인공이다. 금아리무진 판례 이후 급물살을 탄 통상임금 소송이 100건을 훌쩍 넘어섰고, 하급심 판결은 들쑥날쑥했다. ‘원님 재판’이란 소리까지 들은 사법부는 모범답안용으로 공통 쟁점이 많은 갑을오토텍 케이스를 고른 것이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퇴직금 액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정기적·일률적으로 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금액’ 정도로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다. 법원은 이 기준을 들어 통상임금 범위를 넓혀오다 급기야 상여금까지 거론하면서 판을 키운 것이다. 갑을오토텍 케이스는 정기상여금 외에도 여름휴가비·김장보너스 등까지 통상임금 여부를 다투고 있어 결과에 기업·노동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기업이 토해내야 할 돈이 경총은 38조 원, 노동연구원은 21조 원 이상으로 본다. 재계가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라고까지 표현하는 이유다.
 

뜨거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통상임금 이슈는 대략 4트랙으로 진행중이다. 첫째, 사법부의 판결이다. 결과는 연말은 돼야 나온다. 둘째, 전문가들이 참여한 고용노동부의 임금제도개선위원회다. 사법부가 ‘과거의 일’을 다룬다면, 개선위는 미래의 해법을 모색한다. 이달 중순쯤 결론을 낼 예정이다. 셋째, 국회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서둘러 노동계 입장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어차피 입법 작업은 사법부 판단, 정부 의견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하는 만큼 당장 큰 의미는 없다. 마지막으로 노사정위원회다. 이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루기엔 적격이다.
 


(...중략...)



약자 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소송의 주류는 대기업 노조들이다. 임금 총액 중 정기상여금 비중은 정규직이 13.6%, 임시·일용직은 2.7%로 차이가 크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된다면 그 과실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들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통상임금 문제로 받을 타격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크다. 중소기업의 절반은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고, 폐업을 공공연히 거론하기도 한다. 영세기업, 비정규직, 구직자 기회는 줄어들면서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
 


대법원이 기업 일선의 혼란을 정리할 ‘솔로몬의 판결’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다한들 통상임금 문제가 일거에 정리되긴 어렵다. 결국 이번 기회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최선이다. 우선 복잡하기 그지없는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선 23개나 되는 수당이나 상여금을 통합하되 전체 임금 총량이 지금과 비슷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정년 연장 등 고령화 추세에 맞춰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실적급 위주로 전환하는 작업도 같이 진행해야 한다.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 체제에 근접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런 뒤에 연장근로에 적용하는 150% 할증률을 외국 수준으로 낮춰 초과근로 유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근로시간을 줄이면 새로운 일자리 여력도 생긴다.
 


관건은 논의·합의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상임금을 포함한 노동 현안들을 공론에 부치고, 치열한 쟁점 몇 개로 압축하는 게 먼저다. 그 다음에 박근혜 대통령도 포함한 여야 지도자들이 ‘빅딜’을 성사시킬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통상임금 이슈는 한국 정치의 갈등 조정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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